[녹색칼럼]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흐린 가을날에는 가끔 가수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 가사가 입안에서 흥얼거려지는 날이 있다. 이럴 때 하늘을 보면 진짜 흐린 날에는 시가 떠오를 때도 있고 소식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잔뜩 뿌연 날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하늘은 햇빛이 좋은 날도 흐려지고 숨을 쉬기도 힘든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황사로 누런빛 하늘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중국의 산업화로 오염물질과 흙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많이 미쳐 중국 사막에 나무심기를 해야 한다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보다 한국 내의 원인이 더 많다는 기사가 늘어나는 듯하다.

올해부터 국립환경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미 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도권에 충남의 화력발전소와 정유시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감사원도 올해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보고서’를 통해 충남지역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미세먼지 PM2.5의 1일 평균농도에 최대 28%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에서는 현재 수도권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조3천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지금처럼 미세먼지 오염도가 지속될 경우 수도권에서 매년 초과사망자가 2만여 명, 호흡기질환자가 1만여 명, 기관지염 환자가 80만여 명이 발생하여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과 PM2.5로 구분하는데, PM10은 코나 기도에서 많이 걸러지지만 PM2.5는 폐포 끝까지 이동해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 순간 모세혈관으로 이동하여 기관지염, 폐렴 같은 호흡기질환,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시킨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PM2.5는 석면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대구시도 지난 8월, 초미세 먼지 20%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1조2천79억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제를 추진하고 전기차(트럭)를 생산하고 보급을 촉진하는 내용은 좋은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아직 구체적이지 못하고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점은 대구시나 경북도를 넘어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해결을 못 하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대구경북녹색연합에서 수년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확인하였다. 첫 번째로 무등록환경오염방지시설업체가 시공을 많이 하고 있다는 문제다. 이들은 허가증을 빌려 시공하고 있으며 적정규모보다 축소하여 방지시설공사를 하는가 하면 전문기술인들이 아니다 보니 엉터리 방지시설들을 시공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배출업체들이 집진기 등의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으며 유지보수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관리 감독해야 하는 환경부나 지자체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의 환경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이 혁신되어서 미세먼지 걱정 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흐린 하늘에 편지를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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