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국토부도 화재사고에 책임 크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겨울철이면 대형화재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최근에는 대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수많은 점포가 잿더미로 변했고 많은 상인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렇듯 화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을 주며 한순간에 많은 것을 빼앗아가 버린다. 사람들은 보통 화재사건이 나면 해당 건물 이용자들의 부주의와 방재시설과 관련하여 지자체의 책임,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서 등의 책임을 말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건물의 건축 시 자재의 성능과 품질을 책임져야 하는 국토부에도 크게 있다고 생각된다.

국토부는 공교롭게도 서문시장 화재가 발생한 11월 30일, 2020년 건축비전 ‘리뉴얼·안전·제로에너지·문화’를 제목으로 하는 제2차 건축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용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목표1의 ‘행복한 건축 실현’이다. 이 내용에는 대형건축물에 안전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화재위험과 생활안전 등에 관련된 건축물 규정과 관리절차를 정비한다고 되어있으며, 오래된 건축물도 새롭게 하는 계획 등이 있다. 이런 계획이 예전부터 실행되었더라면 서문시장 화재도 예방할 수 있었겠다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국토부는 건축물에 이용되는 각종 건축자재의 성능과 품질을 관리·감독하고 있으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와 같이 건축구조설계와 시공 등의 문제도 책임지는 기관이다. 특히 화재와 관련된 불연, 난연 건축자재의 관리·감독 부처가 국토교통부이므로 화재와 관련하여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토부가 관리·감독하고 있는 건축자재 중 화재에 취약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건축자재가 샌드위치 패널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은 공장, 상가, 아파트, 펜션, 전원주택 등의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화재에 견디는 기준에 따라 불연, 준불연, 난연 등의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문제는 한순간의 화재에도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샌드위치 패널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대부분 가짜이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불량품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건축현장에서 직접 샘플을 수거하여 적합, 부적합을 확인하는 건축안전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하여 이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주었다. 그런데 이 기관에서 EX 패널(가연성 스티로폴심재에 난연성 본드로 철판을 붙인 패널)이라는 가짜 난연패널을 개발하여 다수의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였고, 이 업체들은 엉터리 제품을 유통하였다는 것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였고 국토부에서는 이 제품을 생산중단 시키고 EX 패널로 시공된 건축물에 대하여 건축허가를 내어주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전국 지자체에 전달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가짜 난연패널인 EX 패널로 지어진 건물들은 그대로 화재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고, 심지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장에 EX 패널을 덧대어 보완공사를 하여 허가를 받은 것을 보면 국토부와 지자체의 안이한 행정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

국토부의 안이한 행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시중에 유통되는 난연 샌드위치 패널은 80%~50%가 가짜 또는 불량 제품이며, 국토부의 건축안전모니터링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적발된 현장만 보상하고 기존의 가짜 및 불량 제품을 그대로 판매·유통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대형화재는 계속될 것이다. 국토부는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업체들에 대하여도 사법기관에서도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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