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대한민국

2017년 1월 2일 | 녹색칼럼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시대를 초월해서 리더십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인물도 있고,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은 발명과 발견의 교훈을 통해 문명의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특히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자연재해나 전쟁, 질병, 대형사건 등을 통한 교훈은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작년 한 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일 중에 가장 큰 사건은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라고 알고 있던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확인되었고 현재까지 556회의 여진이 발생하여 피해 지역과 더불어 온 국민이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여태껏 일본의 지진을 이웃집 불구경하듯 지켜보았는데 2016년에 직면한 경주 지진에 대해 정부는 적절한 평가와 대비를 세우고 있을까. 과거 원전건설이나 방폐장 건설 추진 시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경주지역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이라고 알렸지만 늘 안전하다는 주장만 한 정부는 원전과 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웠다.

우리나라는 과거로부터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신라 제36대 혜공왕 집권기인 779년, 경주에는 큰 지진이 발생하였으며, 이 지진으로 민가가 무너지고 100여 명이 사망한 사실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록에는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진이 발생한 경우도 있고 영남지역 등에 큰 지진이 발생한 기록을 볼 수 있다.

특히 지진의 발생빈도가 경상도 지역이 가장 높았다. 세종대왕은 경연 석상에서 “우리나라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가 가장 많다”고 지적한 기록도 있다. 이렇듯 영남지방은 한반도 지진의 전체 33%를 차지하여 경상도 지역이 지진활동이 많은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다.

1518년 중종 때에는 전국에 지진이 발생하였고 열흘 동안 계속되어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록의 지진자료를 분석하여 지진의 강도를 추정해본 결과, 조선 시대 15세기~18세기에 진도 7 이상의 큰 지진이 60회 발생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중앙관청 가운데 서운관(이후 관삼감으로 명칭 변경)을 두어 도성 내의 지진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큰 지진의 경우 왕은 의정부, 육조, 한성부, 삼사의 관료를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지방의 지진도 지방군현의 보고를 바탕으로 왕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마련하였으며 국외에서의 지진도 정보를 수집하여 외교관계와 국제정세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교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자자체별 재난매뉴얼은 있지만, 지역별 대응체계는 부실한 상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과거 지진과 해일 등의 피해 이력을 조사하고 지형의 특성, 시설물 현황, 인구구성 등 지역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기적인 교육과 실제 훈련을 통해 미리 준비하여 국민의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조선 시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애쓴 기록들과 중국과 일본의 지진까지 꼼꼼하게 챙긴 사실에서 현재의 정부나 공공기관의 부실한 대처와 태도에서 실망보다는 분노와 공포감이 생긴다. 더 이상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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