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

2016년 9월 8일 | 녹색칼럼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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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만큼 기후변화가 일상생활에 현실로 다가온 해가 없었던 것 같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더운 날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폭염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이번 여름은 다른 해와 다르게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였다. 에어컨을 켜도 온도가 잘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폭염으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도 커 전국민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한편 폭염현상이 지속되는 우리나라에 누진제가 크게 이슈로 떠올랐다.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폭염보다 더 큰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누진제 개선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게 부각이 되어 누진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고는 하지만 단기적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며, 전문가들의 논의와 함께 국민과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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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우리의 전기사용이 어떠한지에 대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름이면 에어컨, 겨울이면 전기매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전기요금 걱정을 계속하고 있고 전기절약을 위해 가정마다 형광등이나 플러그를 뽑고 멀티탭도 사용하고 있지만, 전기사용량이나 전기요금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기사용량은 하나의 예를 들어도 이와 같은 사실은 쉽게 파악이 된다. 전기밥솥이 에어컨의 2배에서 3배, 냉장고의 30배에 맞먹는 전기를 쓰고 있지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우리는 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무감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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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더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고 낭비되는 전기에너지이다. 일상생활에서 무관심하고 귀찮아서 그냥 둔 채로 전기가 줄줄 세고 있었던 전기도둑 대기전력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대기전력은 가전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전에 준비상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을 말하며,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소모되는 전력이다. TV나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끄더라도 플러그를 뽑지 않으면 대기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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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TV의 대기전력보다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이 10배에서 260배까지 더 많이 낭비되고 있다고 연구기관이나 방송에서 보도를 많이 하여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버린다. 그리고 에어컨의 대기전력보다 인터넷모뎀의 대기전력이 더 높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듯하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멀티탭 또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이 닿지도 않는 곳에 두어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지만, 전기절약을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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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녹색연합에서는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위기였던 2011년부터 3년 동안 대구시 동구청과 주민자치센터 및 시범가구를 정해 에너지절약운동을 해본 결과,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노력만으로도 가정에서는 약 10% 가까이, 주민자치센터는 최대 30%까지 전기에너지를 절약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의 비결은 앞서 언급한 전기밥솥의 사용을 줄이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TV 셋톱박스와 인터넷모뎀, 공유기의 플러그를 뽑고, 멀티탭을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곳에 두어 귀찮지만 몸소 실천하는 것이었다. 전기요금을 줄이고 싶다면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줄줄 세고 있는 대기전력을 점검하는 일부터 당장 시작하자!

☞링크 : 경북일보 이재혁 대표 칼럼

☞이미지 출처 :

1. http://tip.daum.net/question/70425745

2. Prediction of global warming by the Earth Simulator(images provided by CCSR/NIES/FRCGC/M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