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을 아직도 쓰레기통에 버리시나요?

2016년 9월 21일 | 녹색칼럼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폭염의 기운이 갑자기 사라지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해지는 환절기가 시작되었다. 알레르기성호흡기질환이나 감기 등으로 병원에는 환자들로 붐빈다. 요즘 병원에서 약을 많이 처방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번에 먹기가 힘들 정도로 알약의 수가 부담이 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보통 가정에서는 약을 남겨두었다가 알약이나 가루약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물약은 싱크대나 화장실에 버리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의약물질의 무분별한 폐기로 하천 및 토양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하천에서 항생제 · 진통제 · 호르몬제 등 다양한 종류의 의약물질이 검출되는 것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도 위궤양 · 십이지장궤양 등의 치료에 쓰이는 시메티딘이 외국보다 5배 높게 검출되었고, 아스피린으로 불리는 아세틸살리실산과 진통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그리고 소염진통제로 쓰이는 나프록센, 디클로페낙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다.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심각하다. 항생제는 저농도로도 해조류의 군락구조와 먹이사슬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기형 어류의 원인이 되고, 에스트로겐과 같은 내분비계 물질은 어류의 성을 바뀌게 하여 번식능력을 잃게 한다.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은 무척추동물과 해조류에 독성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폐의약품은 토양이나 퇴적물에 잔류 및 축적되고 동식물의 조직으로 흡수되어 음식물로 인간의 체내로 다시 돌아온다. 적은 양으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어린이나 임신부, 노약자,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의 대책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을 약국이나 보건소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배출하도록 유도하고 수거된 폐의약품은 보건소에 모아 보관 후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하여 폐기물처리장에서 안전하게 처리되도록 하는 ‘가정 내 폐의약품 회수처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8년 4월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이후 2009년 4월에는 수도권 및 광역시 등 전국 주요지역으로 확대되어 실시하였으며 2010년 7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홍보부족과 시민 무관심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의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 약국을 중심으로 회수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나 캐나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회수·처리 제도가 법제화되어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제화나 지자체에 조례도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서 법제화가 시급하다.

가정 내에서 먹다 남은 약의 발생은 의약물질이 버려져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뿐 아니라 남은 약을 임의대로 투약할 수도 있는 약물 오남용에 대한 위험도 안고 있다. 약을 처방받을 때는 필요한 기간만큼 처방받고 남은 약과 유통기한이 넘은 약은 쓰레기통이나 화장실에 버리지 말고 약국이나 보건소에 다시 가져다주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환경은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지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우리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환경과 우리를 살리는 일에는 ‘실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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